(인천광역시교육청=김혜진 시민기자) 9일 한글날, 인천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서 열린 김애란 작가, 장항준 감독과의 대화에 참여했다.
이번 행사는 시교육청과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훈민정음 반포 580주년과 한글날 기념 100주년, 훈맹정음 반포 100주년을 맞아 공동 주최한 '한글, 참 좋다! 제580돌 한글날 축제' 행사의 하나로 마련됐다.
한글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날, 문자로 세상을 그려 내는 작가와 영상으로 삶을 담아내는 감독의 이야기를 한자리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날 행사는 단순히 창작자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넘어, 인간과 삶을 이해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김애란 작가와의 대화 무대모습
먼저 김애란 작가와 함께한 대화의 주제는 ‘소설의 음계, 사람의 사계’였다. 문학의 위로, 그리고 슬픔과 고통 속에서도 노래하는 인간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우리의 삶에는 저마다의 계절이 있다. 누구에게나 빛나는 순간이 있지만, 견뎌야 하는 시간과 쉽게 아물지 않는 상처도 있다. 문학은 그 복잡한 마음을 섬세하게 들여다보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던 감정에 언어를 건넨다. 슬픔을 서둘러 극복하라고 말하기보다 그 슬픔과 함께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 그것이 문학이 건네는 위로일 것이다.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삶의 고통마저 인간을 이루는 하나의 계절이며, 그 시간을 통과하는 우리에게도 저마다의 노래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항준 감독과의 대화 무대모습
이어진 장항준 감독과의 대화는 ‘창작자가 되기 위한 소소한 경험’을 주제로 진행됐다. 자신의 삶에서 길어 올린 다양한 경험을 들려주며 창작의 출발점이 무엇인지 이야기했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것은 관찰의 중요성이었다. 무언가를 보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한 번 더 뜯어보며, 그 안에 감춰진 의미를 발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필요하다. 사소한 말 한마디와 행동에도 그 사람만의 사정과 감정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감독이 지나온 여정과 경험을 통해 들려준 이야기는 창작이 특별한 순간에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경험을 자기만의 언어로 해석하는 과정임을 깨닫게 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것은 결국 사람과 삶에 대한 관심이었다. 한 사람은 문학으로 마음의 계절을 읽고, 다른 한 사람은 관찰을 통해 이야기의 씨앗을 발견한다. 방식은 달라도 좋은 이야기는 사람을 깊이 이해하려는 데서 시작된다.
한글날에 만난 두 창작자의 목소리는 일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도 돌아보게 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리고, 익숙한 풍경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가. 삶을 더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은 문학과 영화의 바탕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며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태도일 것이다.
또한, 앞으로도 시민들이 문학과 예술을 가까이에서 경험하고 삶의 깊이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인천 곳곳에서 더욱 풍성하게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김혜진 시민기자 k24451@naver.com